“대학교 2학년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그냥 모든 게 벅찼죠.”
“성적, 미래, 인간관계… 어느 것 하나도 쉽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내가 이상한 걸까? 왜 이렇게 무기력하지?”
이런 말들, 한 번쯤 들어보셨거나 직접 해보셨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혼란과 무기력의 뒤에는 ‘특정 집단’에게 더 크게 작용하는 학업 스트레스의 그림자가 있습니다.
미국 루트거스 뉴저지 의대(Rutgers New Jersey Medical School)의 연구팀은
2022년 《Frontiers in Psychology》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대학생 중에서도 특히 비이진(nonbinary) 성별, 여성, 그리고 2학년 학생들이
가장 심각한 학업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모든 스트레스가 평등한 건 아니다
연구를 이끈 뇌신경과 전문의 쉬에 밍(Xue Ming) 교수는 말합니다.
“이 연구는 학업 스트레스나 팬데믹 스트레스가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영향을 주지 않으며,
특정 그룹은 보다 명확하고 깊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는 단지 통계상의 차이를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비이진 성별 학생들은 기존의 성별 구분 안에서 자주 배제되고,
심리적 정체성이나 사회적 압력으로 인해 이중, 삼중의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여성 학생들 역시, 성적 압박과 함께 감정노동, 자기비판, 비교 심리에 더욱 취약한 경향을 보입니다.
그리고 2학년이라는 시기,
겉보기엔 안정된 듯하지만 사실상 정체성과 진로, 대인관계의 방향성까지 모두 뒤흔들리는 ‘보이지 않는 과도기’입니다.
이 시기의 불안은 단지 시험 때문만이 아니라,
“나는 앞으로 뭘 해야 하지?” “내가 잘 가고 있는 게 맞을까?”라는 존재론적 질문에서 비롯되기도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만들어낸 복합 스트레스
이번 연구는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학업 스트레스가 더욱 복합적이고 심층적인 정신 건강 문제로 이어졌다는 사실도 보여줍니다.
온라인 수업의 고립감, 목표 상실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이미 위태로운 감정 상태에 있던 이들에게 더 큰 위협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필요한가?
쉬에 밍 교수는 말합니다.
“이러한 학생들에게는 맞춤형 심리 지원과 공감 기반의 상담 접근이 필요합니다.
모든 학생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대책을 세우기보다,
더 취약한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자원과 관심이 전달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교나 기관의 상담실이 단순히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실제로 심리적 소수자나 과도기적 불안층에게 더 가까이 가는 구조로 재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당신 혹은 당신 주변에도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혹시 해당 그룹이 아니더라도,
주변 친구, 자녀, 동료 중 누군가는
이런 감정의 무게를 조용히 견디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럴 땐, 이렇게 물어주세요.
“요즘 마음은 좀 어때?”
“혹시 너무 힘들 땐 말해줘도 돼.”
작은 관심과 공감은 그 어떤 상담 기법보다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학업 스트레스는 성적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안엔 자존감, 정체성, 존재의 의미 같은 깊은 질문이 함께 존재합니다.
우리는 지금, 그 질문에 다정히 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